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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 새는 재정’… 코로나로 정부보조금 늘자 ‘세금 도둑’도 급증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09 18:19

수정 2021.09.09 18:31

국고보조금 2017년比 64% 증가
공익 신고 중 부정수급 20% 차지
판매법인 세운 조직적 범행도 늘어
‘줄줄 새는 재정’… 코로나로 정부보조금 늘자 ‘세금 도둑’도 급증
코로나19로 정부 국고보조금 규모가 증가하면서 미자격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수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내년 국가채무가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서는데도 정부는 정작 보조금 부정수급 등 재정누수를 막는 데엔 소극적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9일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국고보조금은 지난 2017년 59조6000억원에서 올해 97조9000억원으로 38조3000억원(64.3%) 늘었다. 국고보조금이 전체 정부 지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다. 2017년 보조금이 정부 지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9%였지만 2021년엔 17.5%로 2.6%p 증가했다.

국고보조금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가 행정상 목적을 달성하고자 공공단체나 경제단체, 개인에게 현금, 현물, 서비스를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올해는 복지, 고용·노동, 산업, 농축산업 등 전 분야에서 기초연금, 생계급여, 아동수당 지급, 국가 예방접종 등 5300여개 정책이 국고보조사업 형태로 집행되고 있다.

문제는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가로채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공익신고 상담 5160건을 분석한 결과 보조금 부정수급 관련 내용이 1031건으로 전체의 20%를 차지했다. 기초생활수급자 생계비 172건, 고용유지지원금 104건, 연구개발지원금, 81건, 실업급여 81건 등이다.

실제 권익위 복지보조금부정신고센터가 지난해 접수한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신고건수 중 혐의가 드러나 관계기관에 이첩·송부한 사례도 모두 612건이다. 하루 평균 1.6건이다. 지난 2016년 214건이던 적발건수는 2017년 234건, 2018년 492건, 2019년 546건, 2020년 612건으로 그 증가율이 185.9%에 달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늘린 보조금을 타깃으로 한 부정수급자가 크게 늘었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에 제공한 자료를 보면 올해 1~7월 당국에 적발된 고용유지지원금 부정수급 사업장은 576개, 수급액은 126억370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전체 부정수급액(93억700만원)을 이미 넘어섰다.

고용유지지원금은 휴업·휴직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정부가 수당의 최대 90%를 지원하는 제도다. 코로나 이전까진 관련 예산은 연 500억~60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정부는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기업과 소상공인의 해고회피 노력을 돕기 위해 지난해 2조7770억원까지 늘렸고 올해도 1조8552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중소·중견기업이 청년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고용한 청년 1인당 3년간 270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 추가 고용장려금의 부정수급도 적잖다. 지난해 총 441곳 사업장에서 부정수급이 확인됐고 44억7900만원을 회수했다. 단기근무자를 신규 직원으로 그럴듯하게 채용하거나 유령직원을 고용해 보조금을 신청하는 수법이 쓰였다.

조직적으로 보조금을 노린 사례도 있다. 경찰은 환경부가 지급하는 전기차 보조금을 부정수급한 전기스쿠터 업체 세 곳을 적발하고 대구(칠곡, 달성), 대전, 제주 등 담당 경찰서에 배정해 수사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보조금 부정수급센터도 미인증 제품을 판매한 전기스쿠터 업체 두 곳을 적발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 업체는 본사 이외에 대구·제주·대전 등에 페이퍼컴퍼니, 판매법인을 세우거나 협력사를 통해 전기이륜차를 대량 구입해서 보조금을 받은 후 중고로 되팔아 보조금과 판매수익을 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한국전기이륜차협회 임원사로 협회 차원에서 부정수급 방법을 함께 논의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행법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지급받은 사람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보조금을 다른 용도에 쓴 사람은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 2019년부터 부정수급자를 모든 국고보조사업에서 배제토록 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서둘러 재정누수를 막을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보조금 규모는 크게 증가한 반면 관리는 안 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술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봤다.
박인환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부처별로 관리되는 부정수급자 정보를 연계·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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